생방송투데이 인생 냉면집 인생식당 추억의 냉면 비빔냉면 물냉면 위치
[인생 냉면집] 입안 가득 여름이 피어나는 한 그릇, 추억이 면발처럼 흐른다
여름이 오기 전, 먼저 찾아오는 것이 있다면 단연 냉면 생각이다. 봄볕이 조금 따가워졌다 싶으면, 어김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투명한 얼음이 동동 떠 있는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이다. 허겁지겁 국물을 들이켜던 여름날의 기억이 있고, 툭툭 끊어지는 면발에 감탄하던 어느 점심시간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한결같이 ‘그 냉면집’이 있다. 서울의 오래된 골목, 간판조차 색이 바랜 작은 식당. 화려한 인테리어도, 줄지어 선 체인점도 아닌 이곳은, 마치 시간의 틈에 살짝 끼어 있는 듯하다. ‘냉면 하나로 40년’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이곳은 오직 냉면으로 승부하는 집이다. 손님들은 이 집을 '인생 냉면집'이라 부른다. 이유는 단순하다. 인생처럼 진하고, 기억처럼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들어서자마자 맡게 되는 진한 육수 향은 기계로는 흉내 낼 수 없는 깊이를 품고 있다. 육수는 하루 전부터 고기와 채소, 무와 사과를 넣어 장시간 우려낸다. 단맛도 짠맛도 튀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숟가락이 자꾸 가는 그런 국물. 첫맛은 담백하고, 끝맛은 은근하게 감돈다. 목을 타고 천천히 내려가는 그 온도와 맛이 오히려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면은 이 집의 또 다른 자부심이다. 메밀 비율을 높게 잡은 면은 기계에서 한 줄씩 뽑히자마자 곧장 냄비로 들어가고, 삶은 후 얼음물로 바로 헹궈 탄력을 살린다. 투박하지만 정직한 면발. 젓가락질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한두 가닥 놓치기 마련이지만, 이 냉면을 먹을 땐 어쩐지 그런 실수조차 귀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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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흥식 비빔냉면 또한 이 집의 대표 메뉴 중 하나다. 비빔장은 사장님의 손맛이 고스란히 담긴 숙성 고추양념이다. 달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은 깔끔한 매운맛이 입안에서 맴돌다 목까지 따뜻하게 자극한다. 위에는 얇게 썬 배와 홍어, 삶은 달걀이 올라가는데, 어느 하나 과하지 않고 적당한 균형을 이룬다. 무엇보다 이 집의 진짜 맛은 시간에서 온다. 사장님 내외는 냉면만큼이나 고집이 세다. “우리는 하루에 300그릇만 팝니다. 그 이상은 정성이 담기지 않아요.” 이 원칙은 수년째 지켜지고 있다. 손님이 아무리 몰려도, 재료가 소진되면 그날 장사는 끝. 그래서 이 집엔 늘 대기줄이 생기고, 몇몇은 헛걸음을 하지만, 누구 하나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일 일찍 올게요”라며 웃으며 돌아서는 이들이 더 많다. 단골 손님 중엔 아버지 손을 잡고 오던 아이가 성인이 되어 연인을 데려오기도 하고, 타지에서 이 냉면을 잊지 못해 일부러 찾아오는 이도 있다. 한 손님은 “냉면 먹으면서 눈물이 날 줄은 몰랐어요. 이 맛이 어릴 적 우리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바로 그 맛이에요”라며 감탄했다. 이 집의 냉면은 단지 혀로 느끼는 맛이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기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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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이 날이 더워질수록 전국의 냉면집들이 바빠진다지만, 이 작은 가게처럼 '온 마음을 다해 차가운 한 그릇을 내놓는' 집은 드물다. 음식에 철학이 담기고, 한 그릇이 인생의 서사가 되는 곳. ‘인생 냉면집’이라는 별칭은 어쩌면 고객들이 붙여준 최고의 찬사일지도 모른다.
지금도 사장님은 매일 새벽 가장 먼저 가게 문을 연다. 그리고 묵묵히 채소를 손질하고, 육수를 끓이며 하루를 준비한다. 그 시간들이 쌓여 오늘의 냉면 한 그릇이 된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사가 아니라, 위로받고 싶은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그릇. 그게 이 집 냉면의 진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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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생식당 - 한 그릇의 자부심, 추억의 냉면
▶ <한성함흥냉면막국수>
주소 : 서울 동대문구 고산자로38길 20
번호 : 0507-1304-69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