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투데이 인생식당 63년 옛날 짜장면 식당

파주 문산의 시간여행, 오래된 중국집 은하장에서의 점심 한 끼

누구에게나 마음 한켠에 자리한 '그 맛집'이 있습니다. 대단히 화려하진 않지만, 묘하게 끌리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그런 곳 말입니다. 저에게는 그중 하나가 파주 문산 시외버스 종점 부근, 6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은하장’이라는 중식당입니다.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나들이 가듯 들렀던 중국집 분위기가 떠오르는 공간이죠. 요즘처럼 세련된 프랜차이즈 중식당들이 즐비한 세상에서 이토록 옛 정취를 간직한 식당은 드뭅니다. 은하장은 말 그대로 '변화 없는 맛'이 무기입니다. 입구 간판부터 세월이 묻어 있고, 테이블과 의자, 벽면의 메뉴판까지 모두 시간이 빚어낸 질감이 느껴지더군요. 들어서는 순간 과거로 되돌아간 기분이랄까요.
생방송투데이 인생식당 63년 옛날 짜장면 식당
이곳의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단연 유니짜장입니다. 유니짜장을 모르신다면, 일반 짜장면과 비교해보시면 금세 차이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큼직한 돼지고기를 다져 넣고, 고추와 파, 양파 등 채소가 아낌없이 들어가 고소함과 감칠맛이 진하게 배어 있습니다. 면은 일반적인 중화면이지만, 짜장 소스와의 조화가 뛰어나 입에 착착 붙습니다. 재료를 작게 썰어 고온의 웍에서 짧고 강하게 볶아내는 방식이라 그런지 짜장의 풍미가 진하고 기름지지만, 뒷맛은 의외로 깔끔합니다. 먹고 나서 느끼함이 전혀 남지 않더군요. 흔히 짜장면을 다 먹고 남은 소스에 밥을 비벼 먹곤 하는데, 이곳에서는 손님 회전 문제로 그마저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조금 아쉽지만, 그만큼 매 순간 음식에 집중하는 주방의 철학이 느껴집니다. 특히나 기억에 남는 건 식당 분위기였습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였는데도 테이블은 거의 찼고, 연세 지긋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분들 역시 오랜 세월 이곳을 드나들었을 터, 각자의 추억을 나누며 조용히 짜장면을 드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군 시절을 떠올릴 것이고, 또 누군가는 부모님과 함께한 지난 외식을 기억하겠지요. 짜장면뿐 아니라 군만두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바삭하게 튀겨진 만두 속에는 다진 고기와 채소가 고루 섞여 있고, 한입 베어 물면 고소한 육즙이 퍼지면서 따끈한 만족감이 느껴집니다. 탕수육은 얇고 바삭한 튀김옷에 새콤달콤한 소스가 곁들여져, 짜장면과 함께 시키면 푸짐한 한 상이 완성됩니다.
생방송투데이 인생식당 63년 옛날 짜장면 식당
사실 요즘은 외식을 하더라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리뷰를 남기는 일이 일상이 되었지만, 은하장에서는 그런 행위가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이곳의 분위기는 조용히 식사에 집중하게 만들고, 화려한 포장보다는 담백한 맛과 정직한 요리로 손님을 대접합니다. 가게를 운영하시는 분은 오랜 세월 직접 웍을 잡아온 분으로, 과거 방송 프로그램에 ‘짜장면 장인’으로 소개되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방송 이후 더 많은 분들이 찾게 되었다고 하지만, 지금도 바뀌지 않은 건 그 한결같은 손맛입니다. 매일같이 같은 방식으로 음식을 만들고, 같은 맛을 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말입니다. 은하장은 대단한 메뉴가 있는 집도 아니고, 현대적인 감각을 뽐내는 곳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바로 ‘잊고 있던 맛’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유행을 타지 않는 중식의 정수, 변하지 않는 그 맛을 은하장에서는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생방송투데이 인생식당 63년 옛날 짜장면 식당
혹시라도 문산을 지나실 일이 있다면, 혹은 오래된 짜장면의 맛이 문득 그리워진 날이라면, 이곳을 들러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은하장이라는 이름처럼, 긴 시간 한자리에서 반짝이며 묵묵히 자신만의 빛을 내는 이 식당에서, 한 그릇의 짜장면으로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따뜻한 점심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4. 인생식당 - 세월과 추억을 이어온 63년 옛날 자장면
▶ <은하장>
주소 : 경기 파주시 문산읍 문향로 78 뮤직갤러리
번호 : 031-952-4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