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한바퀴 임실 치즈케이크 지정환 신부
전북특별자치도 임실, 그 이름만 들어도 고소하고 부드러운 치즈의 풍미가 떠오른다. 오늘날 ‘임실치즈’는 전국적으로도 명성이 자자하지만, 그 시작은 참으로 소박했다. 불과 60여 년 전, 단 두 마리의 산양에서 출발한 이 치즈의 기적 같은 이야기는 한 사람의 헌신으로부터 비롯됐다. 바로 1964년 임실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한 벨기에 출신의 고(故) 지정환 신부다. 그는 가난하고 열악한 시골 마을 임실에 머물며 단순한 선교 활동을 넘어, 이곳 사람들의 자립과 공동체의 번영을 꿈꾸었다. 그가 선택한 길은 낯선 땅에서 치즈를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치즈’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 지정환 신부는 벨기에에서 배운 치즈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주민들과 함께 실험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며 마침내 임실치즈의 기틀을 마련했다. 목장에서 젖을 짜고, 손으로 반죽하고, 치즈를 숙성시키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마을 사람들이 함께했다. 그렇게 탄생한 ‘임실치즈’는 단순한 유제품이 아니라, 마을의 땀과 연대, 그리고 희망이 깃든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신화의 시작점이었던 치즈공장과 숙성 토굴, 신부님의 삶터가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바로 치즈케이크 카페다. 이 카페는 단순한 디저트 가게가 아니다. 지정환 신부의 철학과 삶, 임실치즈의 역사, 그리고 현대적인 감각이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이곳은 지정환 신부가 사용하던 오래된 치즈 숙성 토굴과 치즈 제조 도구들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며,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시간을 만들고 있다.
동네한바퀴 임실 치즈케이크 지정환 신부
카페 내부는 힙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풍긴다. 옛 숙성토굴을 그대로 활용한 공간은 은은한 조명과 함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벽면에는 지정환 신부의 사진과 그가 직접 쓴 손글씨, 치즈 제조 과정을 담은 흑백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방문객들은 치즈케이크를 먹으며 신부님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보는 듯한 감각적인 체험을 하게 된다. 특히 치즈 숙성실을 유리창 너머로 관람할 수 있는 ‘치즈 뷰잉 존’은 마치 작은 박물관에 온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동네한바퀴 임실 치즈케이크 지정환 신부
또한 이 카페는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중요하게 여긴 신부님의 뜻을 따라, 여전히 지역 농가에서 생산된 우유를 사용하고 있으며, 판매 수익 일부를 지역 청소년 장학금이나 복지 사업에 기부하고 있다. 방문객들은 단순히 디저트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이 마을과의 연대에 참여하고, 임실의 미래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공간은 단지 ‘맛집’이라는 수식어로는 부족하다. 그것은 기억을 보존하고, 이야기를 전달하며, 미래를 응원하는 살아 있는 문화 공간이자 ‘맛의 유산’이기 때문이다. 지정환 신부는 언젠가 “나는 한국인이 된 유럽 사람입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이러한 마음은 지금도 임실의 바람 속에, 치즈의 향기 속에, 그리고 이 작고 아름다운 치즈케이크 카페 안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임실을 찾는다면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치즈케이크를 맛보며, 한 외국인의 숭고한 삶과 그가 이뤄낸 기적의 여운을 천천히 음미해보자. 그것은 단지 디저트를 먹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을 채우는 치유의 순간이 될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중심에서, 미식과 감성, 그리고 사람이 만나는 이 특별한 카페는 지금,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은 삶의 방향’을 조용히 건네고 있다.
동네한바퀴 임실 치즈케이크 지정환 신부 :
디디에
전북 임실군 임실읍 성가리 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