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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바다의 은빛 기적, 멸치의 귀환
남쪽 바다가 봄 햇살에 반짝이기 시작하면, 남해안의 항구들은 다시 한 번 분주해진다. 그 중심에는 바로 ‘봄 멸치’가 있다. 겨우내 깊은 바다에 머물던 멸치 떼가 봄이 되면 얕은 연안으로 몰려오기 시작하는데, 그 길목을 따라 멸치잡이 배들도 하나 둘 다시 닻을 올린다. 남해의 봄은 그렇게 시작된다. 은빛 물결이 넘실거리는 계절, 사람들은 이 멸치를 ‘바다의 봄나물’이라 부른다.
경남 고성의 항구.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3시, 선박의 엔진이 요란한 굉음을 내며 기지개를 켠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멸치잡이 방식은 ‘정치망 어업’. 이는 고정된 위치에 어구를 설치해 어류의 자연스러운 이동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한 번 들어온 멸치가 다시 빠져나갈 수 있어 시간과 싸움을 해야 한다. 멸치 백 마리가 들어오면 그 중 절반이 아침 햇살과 함께 사라진다. 그래서 모든 작업은 사람들 잠든 사이, 깜깜한 새벽에 이루어진다.
배가 멈춰선 바다 한복판. 열 명 남짓한 선원들이 미리 설치해둔 그물을 하나둘 걷어올리기 시작한다. “하나, 둘, 셋!” 고된 그물 당기기를 힘차게 외치는 구호에 맞춰 반복하는 노동. 가느다란 멸치가 수천, 수만 마리씩 그물에 걸려 있다면 그제야 선원들의 얼굴에도 안도의 빛이 스며든다. 하지만 멸치 떼는 그리 쉽게 잡히지 않는다. 바다의 기분을 읽고, 흐름을 읽어야만 얻어낼 수 있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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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그물질 후에도 작업은 끝나지 않는다. 멸치는 살아 있는 듯 민첩하고 연약하다. 조금만 방심하면 상처를 입고 상품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배 위에서 바로 삶는 ‘선삶’ 작업이 필수다. 멸치를 일정한 두께로 골고루 펴서 삶아야 비린내도 덜하고 맛도 깊어진다. 이 모든 과정이 바다 위, 출렁이는 갑판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라. 하루에도 몇 번씩 쪼그려 앉고, 솥의 열기를 견디며 손과 발이 바빠야 한다.
한편, 경남 거제 외포항에서는 다른 방식의 멸치잡이가 이루어진다. 이곳은 ‘유자망 어업’이 주류다. 멸치가 이동하는 경로를 예측하고 그 길목에 수직 방향으로 그물을 펼치는 방법이다. 이곳에서 잡히는 멸치는 ‘대멸’이라 불리는 7cm 내외의 굵은 멸치. 주로 젓갈용으로 쓰이며, 살이 통통하게 올라 특유의 감칠맛이 일품이다.
유자망 어업도 멸치 떼를 만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물에 걸린 멸치를 건져 올린 뒤 기다리는 건 ‘탈망’ 작업. 하나하나 손으로 떼어내는 이 작업은 단순해 보여도 요령과 속도가 생명이다. “하나, 둘, 털어!” 구호에 맞춰 선원들이 함께 멸치를 탈탈 턴다. 하루 수천 킬로그램의 멸치를 털고 나면 몸에는 비늘이 하얗게 붙고, 옷과 얼굴에는 기름 냄새가 진하게 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사람들의 얼굴엔 미소가 남는다. 오늘도 바다가 준 선물로 만선의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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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잡힌 봄 멸치는 또 다른 ‘시간의 항아리’로 향한다. 경남 통영의 한 작업장, 20년 넘게 멸치 액젓을 만들어온 장인의 손길이 분주하다. 이곳에서는 전통 방식 그대로, 항아리에 멸치를 넣고 자연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어간장을 만든다. 간장이라고 다 같은 간장이 아니다. 멸치 액젓으로 만드는 이 어간장은 ‘삼겹 숙성’이라 불리는, 듣기만 해도 정성이 깃든 방식으로 만든다.
첫해, 멸치액젓에 메주를 담그고 100일 후 꺼내어 숙성. 그 다음 해, 다시 새 메주를 넣고 같은 방식으로. 그렇게 세 번의 해를 지나며 액젓은 점점 깊어지고, 어간장은 풍미가 살아난다. 짠맛이 도드라지지 않고 은근한 감칠맛이 배어 있어 김치나 나물 무침, 된장국에도 감초처럼 들어간다. 그 맛은 단순한 간을 넘어, 바다의 향을 품은 시간의 맛이다.
봄 멸치는 단순한 수산물이 아니다. 수천 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수백 년의 식문화를 이어오게 하는 존재다. 은빛 작은 생선 한 마리에 담긴 고된 땀방울과 정성, 그리고 기다림의 미학은 매년 봄, 항구를 다시 살아 숨 쉬게 만든다. 오늘 아침 밥상에 올라온 멸치볶음 한 접시, 김치에 은은히 배어 있는 멸치액젓 한 방울, 그 안엔 어쩌면 당신이 알지 못했던 바다의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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