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투데이 환승직업 족발집
족발에 인생을 담다 – 한 남자의 두 번째 시작
세상에는 ‘퇴사’라는 단어가 꿈처럼 들리는 사람이 있다. 더 나은 연봉이나 조건 때문이 아니다. 단지, 지금의 삶이 자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가슴 깊은 곳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든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도 그랬다. 매일 반복되는 보고서, 눈치 보며 마시는 커피, 의미 없는 회의 속에서 그는 언젠가부터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인생에 진짜 내가 주인인 순간이 있었던가?” 그렇게,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불을 지폈다. 불판이 아닌 불꽃. 고기 위에 얹힌 열정. 그가 택한 길은 다름 아닌 족발집 창업이었다. 족발. 흔하디흔한 메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한 음식이 아니다. 누린내 없이 깔끔하게 삶아내는 기술, 껍질은 쫀득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히는 시간의 공력, 무엇보다 손님 입에서 ‘이 집 다르네’라는 말을 듣기 위한 수많은 밤샘 연구. 이 모든 것이 그 한 접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생방송투데이 환승직업 족발집
주인장은 처음부터 잘하지 않았다. 그는 음식 전문가도, 조리사 출신도 아니었다. 다만 자신이 먹고 싶은 족발 맛을 찾기 위해 하루에 몇 번씩 고기를 삶고 버리기를 반복했다. 실패는 당연했고, 심지어 첫 장사 때는 하루 매출이 3만 원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어설픈 열정보다는 지속 가능한 진심이 더 중요하다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의 족발이 특별한 이유는 ‘육수’에 있다. 마늘, 생강, 계피, 감초 등 각종 한약재를 사용한 비법 육수는 고기 본연의 풍미를 살리는 동시에 깊은 향을 남긴다. 이 국물은 보통의 족발집과 차별화된, 그의 색깔이 고스란히 배인 결과물이다. 단골 손님 중에는 “이 육수 맛 때문에 다시 오게 된다”는 말도 있다. 족발을 써는 그의 손에는 기술보다는 태도가 담겨 있다. 칼끝에서 흐트러짐 없는 집중력, 접시 위에 놓이는 순서 하나하나에 담긴 균형감. 그는 이 족발을 단순히 ‘팔기 위한 음식’이 아닌, 자신이 이 세상에 내놓는 하나의 작품으로 여긴다. 매장의 분위기 또한 그와 닮았다. 벽면에 걸린 캘리그라피 문구, 조명 하나까지도 손님의 시선과 기분을 고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혼자 와도 편안하고, 가족과 함께 와도 환영받는 공간. 그는 ‘음식만 맛있으면 된다’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 음식을 먹는 사람의 기분, 대접받는 느낌, 다시 오고 싶어지는 이유까지. 모두가 요리의 연장선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방송에 소개된 이후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고 한다. “잘 돼서 다
행이다”, “부럽다”, “나도 해볼까?” 하지만 그는 웃으며 말한다. “족발은 절대 날 배신하지 않지만, 나도 족발을 쉽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생방송투데이 환승직업 족발집
그는 지금도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육수를 끓인다. 아무리 피곤해도 고기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손님에게 내는 첫 접시는 반드시 본인이 썰어본다. 한 번 찾아온 손님이 다시 돌아오는 이유는 단지 족발의 맛 때문만은 아니다. 그 안에 녹아 있는 성실함과 꾸준함,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초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환승 직업’이라는 말은 단지 직업을 바꿨다는 뜻 이상이다. 이 족발집의 주인처럼, 제2의 삶을 자신의 방식으로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에게 ‘환승’은 새로운 출발점이자, 자신에게 걸 수 있는 유일한 도전장일지 모른다.
오늘도 그는 똑같이 고기를 삶고, 똑같이 접시에 담지만, 그 속은 매일 다르다. 어제보다 더 나은 맛, 더 따뜻한 접객, 그리고 자신과의 더 깊은 대화. 족발 한 접시에 담긴 그의 두 번째 인생은, 단순한 재도전이 아닌 ‘진짜 인생’에 가까워지고 있다.
4. 환승 직업 ; 두 번째 인생 - 족발 한 접시에 담긴 두 번째 열정 편
▶ <양재족발 참족>
주소 : 서울 강남구 도곡로2길 14 1층
번호 : 0507-1407-57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