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지리산 한옥 민박집 예약 가격 90세 백발 엄마가 지리산으로 간 까닭
지리산 자락에서 다시 피어난 모녀의 이야기 – 한옥 민박에 깃든 삶의 온기 전라북도 남원의 깊은 산자락, 지리산을 배경으로 아늑하게 자리 잡은 한옥 민박 한 채가 있습니다. 얼핏 보면 고즈넉한 여행지처럼 보이지만, 이곳엔 단순한 휴식 이상의 이야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아흔 살 어머니와 인생의 큰 굴곡을 딛고 일어선 큰딸, 두 여인의 가슴 뭉클한 여정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지친 마음을 쉬어가고 싶은 이들에게 진심으로 다가오는 그 민박집. 오늘은 그곳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진짜 인생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충남 당진에서 지리산까지 – 어머니의 마지막 여행 올해로 90세가 되신 김계익 어르신은 충청남도 당진에서 오랜 세월을 농사일로 살아오셨습니다. 작년에는 치매로 투병 중이던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외로움과 그리움을 일손으로 달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계셨습니다. 남편과 함께한 60년이 넘는 세월은 짧지 않았고, 이별의 아픔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큰딸이 떠올랐습니다. 남원의 지리산 자락에서 홀로 민박집을 운영하며 지내고 있는 첫째 딸. 예전에는 수시로 왕래하며 딸의 집을 정비해주기도 하고 마당 일을 도와주기도 했지만, 이제는 멀미가 심해져 차 타는 것도 벅찹니다. 그래도 아직 걸을 수 있고, 기억이 선명할 때 딸을 한 번 꼭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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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가까이 걸리는 여정 끝에 도착한 지리산. 4년 만에 다시 찾은 딸의 집은 변함없이 따스했고, 딸과의 재회는 눈물겹게 반가웠습니다. 시장을 함께 거닐고, 아궁이에서 고구마를 굽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오랜 그리움을 달랬습니다. 이곳이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머니는 딸과 보내는 하루하루가 더없이 소중합니다.
“나는 실패자야”라고 말하던 딸, 민박집에서 다시 피어난 삶 어머니가 애틋하게 생각하는 큰딸 은경 씨는, 젊은 시절부터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 후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세 아이를 낳고 살았지만, 그 결혼 생활은 10년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부모님이 상처받을까 걱정되어 3년 동안 이혼 사실을 숨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낮에는 생계를 위해 힘든 일을 하고, 밤에는 글을 쓰며 신춘문예에 도전했습니다. 무려 32번이나 낙방을 거듭하면서도, 그녀는 끝까지 펜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삶의 실패와 꿈의 좌절이 겹쳐지면서 그녀는 스스로를 ‘인생의 실패자’라고 자책하게 되었습니다.
전환점은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찾아왔습니다. 71일 동안의 배낭여행은 그녀에게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안겨주었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돌아온 그녀는 지리산 자락에 자그마한 한옥을 마련하고 민박집을 열었습니다. 누군가에겐 여행지일 뿐이겠지만, 그녀에겐 다시 살아가기 위한 터전이자, 마음을 돌보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깊은 상실 이후, 또다시 찾아온 이별의 그림자 한동안 안정적으로 민박을 운영하며 밝은 에너지를 되찾아가던 은경 씨에게, 또 한 번의 큰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작년, 마흔을 앞둔 아들을 갑작스레 먼저 보내는 아픔을 겪은 것입니다. 자식을 잃는 일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입니다. 삶의 의지를 잃은 그녀는 겉으로는 씩씩한 척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엔 큰 상처가 남아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아채셨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습니다. 말을 아끼고, 손을 한 번 더 잡아주는 것으로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딸이 다시 웃을 수 있도록, 곁에 있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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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딸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엄마, 이제 다 정리하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요.” 모든 걸 내려놓고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고백에,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이해는 되지만, 떠나보내는 건 또 다른 아픔이기 때문입니다.
딸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며, 지리산에 남은 온기 지리산 한옥 민박집은 단순한 숙소가 아닙니다. 은경 씨가 흘린 눈물과 회복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공간입니다. 곳곳에는 그녀가 직접 손질한 가구, 손님이 남긴 따뜻한 메모들, 여행에서 가져온 소품들이 놓여 있습니다.
그녀의 민박집을 찾은 사람들은 단지 지리산의 풍경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곳의 공기와 사람, 그리고 이야기에 이끌려 발걸음을 멈춥니다. 누군가는 위로받고, 누군가는 다시 꿈을 꿉니다.
이제 은경 씨는 인생의 또 다른 페이지를 넘기려 합니다. 민박집을 떠날 수도 있고, 잠시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그 선택이 무엇이든, 어머니는 말없이 응원할 것입니다.
어머니와 딸,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 지리산의 고요한 품 안에서, 두 여인의 삶은 다시 이어집니다. 90세 어머니는 딸의 상처를 묵묵히 어루만지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곁에 서 있습니다. 딸은 고난을 견뎌낸 사람만이 가진 단단함으로, 다시 삶의 한가운데로 나아가려 합니다. 이 이야기는 단지 한 가족의 기록이 아닙니다. 우리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인생의 굴곡과 회복,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이야기입니다.
지리산의 한옥 민박, 그곳에는 여전히 따뜻한 온기가 머물러 있습니다. 삶이 지치고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 그 한옥을 한 번쯤 떠올려보세요. 거기엔 한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한 쉼이, 그리고 다시 시작할 용기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